캐나다 밴쿠버에서 태평양 해안을 따라 내려오면 그 끝에 바하 캘리포니아의 최남단 카보 산 루카스Cabo San Lucas가 있습니다. 바하 캘리포니아와 멕시코 메인랜드 사이의 좁은 바다를 코르테스해Sea of Cortez라고 합니다.
태평양 스웰을 막아주는 바하 캘리포니아 뒤에 숨어 있는 코르테스해에 있는 라파스La Paz가 실질적인 어리버리 항해의 종착역이었습니다. 이노무 태평양에서 벗어나면 드디어 수영복 입고 물에도 뛰어들 수 있고, 무서운 태평양 스웰 없이 세일링을 좀 즐길 수 있을 터였습니다. 선주는 라파스에 도착하면 집을 하나 빌려 한두 달 머물며 친구들도 초대할 계획이었죠. 그런데..
LA에서 만난 독일인 친구 라이너로부터 들은 라파스의 상황은 우리의 상상 속 라파스와 달랐습니다.
- 첫째, 라파스가 관광도시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 둘째, 그래서 물가가 매우 비싸고
- 셋째, 코르테스 해가 결코 온화하지 않음
엔세나다에 와서 멕시코 물가를 체험해 보니, 여기보다 비싸다면 걱정해야 할 수준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도시가 관광객으로 북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애초에 어불성설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번째, 코르테스 해가 온화하지 않다는 것은 정말 예상밖입니다.
여태까지 남하하며 북풍을 뒤로 받으며 순항했지만, 카보 산 루카를 돌아 위로 올라가는 순간 이 바람은 맞바람이 되고, 특히 짧은 파도 주기 때문에 “square wave”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는 코르테스 해의 파도는 악명이 높다는군요. 5주 전엔 태풍으로 라파스가 초토화되어, 수십 척의 배가 손상되고 마리나들이 휩쓸려 나가기도 했답니다…..
레드 타이드Red Tide라고 부르는, 아마도 적조현상인듯한 것의 존재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가 되면 수면에 죽은 물고기들이 떠오른다는….-_-;; 뭐 이런 곳이 있나요.
엔세나다에 도착해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얻은 정보도 다르지 않습니다. 카보 산 루카스에 도착한 뒤, 라파스를 향해 북향하느니, 코르테스해를 횡단해 메인랜드인 마자틀란Mazatlan으로 가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거기보다는 과테말라가 낫다, 아예 코스타 리카까지 내려가라 등등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어리버리의 최종 목적지로 라파스가 과연 적당할까, 아니라면 아예 대놓고 관광지인 카보 산 루카까지만 갈 것인가, 가면 배는 어디에 올릴 것이며… 정말 사람들 말대로 파나마 근처까지 내려갈 것인가, 머리가 복잡해 집니다.
바하 캘리포니아가 왜 인기가 많은가부터 궁금해집니다. 애초에 그냥 춥고 갈 데 없는 밴쿠버 사람들이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구멍이었던 건 아닐까요?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