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등장하는 영화는 온통 재난영화가 많습니다. 이젠 요트 영화가 나오면 주인공이 또 무슨 재난을 당할 것인가 궁금할 지경인데요,
단독, 무기항, 무원조 세일링 최연소 기록을 세운(..줄 알았으나 지구 반지름보다 짧은 거리를 항해, 요건 미달로 기록 무효가 된) 제시카 왓슨의 실화를 다룬 트루 스피릿True Spirit을 넷플릭스에서 봤습니다.
보는 내내 이입이 안 되더군요. 이 어린 아이가 목숨을 걸고 항해에 나선 이유가 고작 ‘기록 세우기’였다는 점에 공감할 수 없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같은 16세도 발육 속도가 천차만별인데 최연소 기록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요? 더 어린 아이들에게 “내 나이에도 제시카처럼 세계 항해를 할 수 있어”라는 영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고..
인간으로서 최초로 기록을 세우는 것은 인간 능력의 한계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이제는 Global Solo Challenge처럼 레이스의 형태로도 자리잡아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완주하고 있는 분야에 “XXX 최초”가 의미가 있으려면 적어도 남들보다 세일링에 불리한 중요한 장애를 가지고 있을 때 그 장애를 극복하고 기록을 세웠을 때 정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남발하는 “한국인 최초”표현에 거부감이 드는 이유도 같습니다. 한국인이 세계인 평균보다 팔 다리가 짧거나 지능이 낮은 것도 아니고 남들 다 하는 거 처음 한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하다못해 시종일관 코메디 씬으로 점철되고 있는 어리버리 북미항해마저 “이런 거 하는 사람들은 너희가 한국 최초일거야”고 하는 친구들도 있더군요. 듣는 순간 욱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국인이 뭐가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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